동물학자, 그리고 과학과 인문학 등 학문간의 융합을 강조하는 '통섭' 이란 단어를 널리 알리며 유명한 최재천 교수. 나는 '대한민국에서 애 낳으면 바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통해 그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러한 저출산 현상은 본인 포함 현재의 기성세대가 이 때까지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이라며 그들을 대표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꽤나 진정성 있게 다가왔었다. 이를 통해 깨어있는 어르신의 어떤 모범적인 기품을 느껴 그의 행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가 펴낸 여러 저서 가운데 '통섭의 식탁' 과 함께 읽게 된 책 <최재천의 공부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사실 거창한 제목과는 달리 누군가의 길잡이가 될만한 책은 아닌 것 같다. 앞서 얘기한대로 첫인상이 굉장히 좋은 교수인지라 내 인생의 방향성에 대해 뭔가 번쩍이는 자극을 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읽은 책인데, 우리나라 교육제도에 대해 '어떻게 공부하면 좋을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런 저런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정도로 느껴진다. 사진과 같이 DUE DATE 에 대한 습관의 중요성 부분 외에는 사실 큰 감흥이 없었으며 많은 부분에서 큰 의미가 없는 탁상공론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특히 서두를 보면 우리나라 교육 문제는 작금의 교육부가 많은 부분 일조하고 있다며 필히 폐지되어야 하는 정부처라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나 해법 등을 심도있게 논의 하는 대신 "지금부터 우리 아이들을 입시학원에 보내지 않기 위해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촛불집회를 열어야 한다" 는 대단히 이상적인 주장을 펼친다. 대한민국 사교육이야 심각한 수준의 문제임을 잘 알고 십분 이해가 되는 주장이지만 마냥 동화같기만 하고 이상적인 논리는 큰 공감을 일으키기 쉽지 않다. 그리고 미국의 대학생들은 잠이 부족할 정도로 미친듯이 공부한다며 마치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놀기 바쁘다는 식으로 매도하는데, 이를 듣고 건전한 자극이 된다기 보다는 요즘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고충과 노력을 잘 알지 못하고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시는건 아닐까 먼저 의문이 드는 바이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또 한 가지는 독서에 대해서 정말 빡세게 대해야 진정한 공부가 된다고 강조하시는 부분이다. 이 역시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겠지만서도 좀 더 가볍게 접근하더라도 책과 최대한 친해지는게 먼저 순서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동시에 굉장히 중요한 메세지라고 생각된다. 내 것으로 만들어지는 진정한 지식이란 그러한 치열함 없이는 사실 불가능하기 때문에 읽는 책마다 나의 니즈에 따라 잘 읽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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